방송 제작 현장은 노동 집약적입니다. 기획하고, 자료를 찾고, 영상을 촬영하고, 원본으로 스크립트를 만들고, 원고를 쓰고, 영상을 편집하고, 내레이션을 입히는 그 모든 단계와 과정에는 매우 전문적이고 숙련된 손길이 필요합니다. 제작 과정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게 아닙니다. 모든 과정과 절차가 그렇게 자리 잡게 된 데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걸 바꾼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바꿔야 할 때도 있습니다. 방송은 이미 한 차례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MBC가 여의도에 있던 시절, 뉴스데스크 각 꼭지들을 마그네틱 테이프로 편집했습니다. 진행 PD의 사인에 따라 그 테이프를 데크에 넣고 플레이했습니다. 지금은 서버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에 동영상을 매칭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테이프에 뉴스 꼭지를 담아 정신없이 복도를 뛰는 모습은 사라졌습니다. '디지털화'라는 변화였습니다.
퍼스트 펭귄 트랙을 도입하겠습니다.
또 다른 변화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AI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은 저장·전송 방식의 변화였을 뿐입니다. AI는 제작 전반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자료를 찾는 일을 AI가 합니다. AI가 스크립트도 만듭니다. 원본 영상을 주면 AI가 편집까지 합니다. 모두 사람이 하던 일입니다.
이런 AI가 방송국의 실제 제작 과정에 적용된다면 많은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AI에게 맡겨도 되는 일인지,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새롭게 정의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나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별개 조직에 책임을 떠맡으라고 미뤄둘 수도 없습니다. 본체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할 때에야 진정한 변환, 새로운 제작 과정의 모색이 가능합니다.
제가 사장이 된다면 시사, 드라마, 예능, 라디오 등 각 제작영역 본체에서 AI도입을 고민하게 할 것입니다.
의지와 역량을 갖춘 PD들이 새로운 제작 과정을 스스로 모색하도록 할 것입니다. 용감하게 무리보다 앞서 물에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이 되게 할 것입니다. 성공한 공정을 표준화해 전체에 확산시키겠습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통합 AI 개발 조직의 구성원들이 현장으로 가야 합니다. 보도국에, 제작 현장에 개발자가 함께 앉아 일하는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자막 제작의 어떤 과정이 불편한지, 편집할 때 어디서 시간을 뺏기는지는 현장에 있어야 보이기 때문입니다. "옆자리에 물어볼 사람"이 있느냐가 AI 전환의 성패를 가릅니다. 효과가 큰 부서부터 배치하고, 성과를 보며 단계적으로 넓혀가겠습니다.
공통 기반을 책임지는 일도 분명히 하겠습니다. 현장에서 애써 만들어진 도구들이 흩어져 방치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입니다.
사내 운용 솔루션, '내재화'를 기본값으로 하겠습니다.
외부 AI 솔루션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건 가장 빠른 길입니다. 그러나 특정 회사·특정 모델에 무작정 의존하게 되는 위험이 있습니다. 모델의 사용이 갑자기 중단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AI 모델 경쟁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AI 도구의 소비자로만 머물지 않고 생산자가 되겠습니다. 우리의 데이터와 노하우가 닿는 도구는 직접 만들 것입니다. 제작, 편집, 자막, 검색 등 현장의 고충을 최대한 반영할 것입니다. 부득이 외부와 공동 개발을 하더라도 결과물의 소유권을 확보할 것입니다. 범용 도구는 외부의 것을 활용하되 종속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이미 AI를 활용한 많은 도구들이 MBC안에서 개발되고 실무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제가 사장이 된다면, 이 흐름이 더 장려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