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델 경쟁이 뜨겁습니다. 몇 주 간격으로 새 모델이 나오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고 있고 최상위 모델에도 도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흩어진 데이터는 이미 고갈되었거나, AI가 만든 콘텐츠로 오염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데이터 절벽'이라 부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원천 데이터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모기업 뉴스코프는 2024년 5월 OpenAI와 5년간 3,4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습니다. AP, 타임 같은 해외 언론사들도 비슷한 구조의 구독·라이선스 모델을 정착시켰습니다.
MBC가 60년간 쌓아온 아카이브를 헐값에 넘기지 않겠다는 원칙은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원칙을 지키는 일을 MBC 혼자 해내기는 어렵습니다. 방송사가 테크기업들과 1대 1로 협상하면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보의 비대칭과 플랫폼의 힘 때문입니다.
KBS, SBS, EBS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흩어진 채 개별 협상에 나서면, 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의 음악저작권협회가 좋은 예입니다. 이들은 개별로 맞서지 않고, 집합적 라이선스 협의체를 꾸려 대응했습니다. 그 결과 데이터 투명성 법안 제정을 이끌어내고, 협상 가치도 함께 키웠습니다.
'지상파 데이터 얼라이언스' 구축을 MBC가 먼저 제안하겠습니다.
KBS, SBS, EBS 등 국내 지상파 방송사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각 방송사는 자기 아카이브의 소유권과 통제권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다만 데이터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 즉 영상·음성 길이, 텍스트 변환 정교도, 메타데이터 품질 같은 것들을 재는 공동의 가격산정 체계와 거래 규격을 함께 세우자는 것입니다.
순서도 중요합니다. 먼저 MBC 내부의 아카이브부터 자산화하고 정제하겠습니다. 그다음 지상파 각사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표준화 기준을 함께 마련하겠습니다. 기준이 세워지면, 그때 테크기업을 상대로 한 단체 협상과 거래소 개설을 추진하겠습니다.
제가 사장이 된다면, MBC가 이 논의의 첫 번째 제안자가 되겠습니다. 광고 시장에만 기대는 구조에서 벗어나, 데이터 라이선싱이라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새로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AI가 한국의 사회와 역사, 정치를 답할 때 MBC와 지상파 연합의 데이터를 가장 먼저 참조하도록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