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 의제/제언 03

AI 전환은 귀찮고 두려운 일입니다. 기존에 일 해왔던 방식을 바꿔야 하는 일입니다. 새롭게 정의되는 업무 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일입니다. 때로는 내가 했던 일 자체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관성을 거슬러 AI 전환을 이행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 일은 별도로 꾸려진 집단, 별동대에서 이뤄질 수 없습니다. 회사 전체가 방향을 잡고 함께 노력해야 하는 일입니다.

AI 전환과 관련한 지난 1년을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MBC는 AI 전환을 의제로 세우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성과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문제점도 여럿 노출됐습니다.

첫 번째, AI 전략부서가 새로 생긴 본부에 자리 잡으면서 실질적인 '컨트롤타워'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회사 전체의 기획, 인사, 예산부서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힘이 실릴 수 없는 구조입니다. AI 전략부서와 현업부서 간의 조율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AI 전환이 회사 전체의 목표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AI 전환은 모든 분야에 적용되어야 합니다. 드라마나 예능 제작의 영역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타사에서 주말 TV 드라마에 AI 장면을 도입한 사례를 아마 알고 계실 겁니다. EBS는 한 발 더 나아가 100% AI로 제작한 다큐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TV에 편성하고 있습니다.

EBS AI 다큐 포스터

세 번째, 회사에 흩어져있는 개발 역량을 한 곳에 모으겠습니다.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던 고질적인 문제인데,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AI 통합 개발조직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iMBC는 2025년 전 직원에게 AI를 구독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1년 사이에 업무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PPT, 포토샵, 코딩으로 이뤄지던 웹 페이지 디자인 절차가 한 개의 도구로 통합됐습니다. 개발자가 아닌 일반 직원들도 AI 바이브코딩을 이용해 단순 반복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저는 AI가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믿는 'AI 만능주의자'는 아닙니다. 이미 효과가 검증된 AI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방식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제가 사장이 된다면, 지난 1년 AI 전환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근원부터 바로잡겠습니다. 특히 같은 역량과 기능을 발휘하는 집단을 더 큰 하나로 묶어 능률이 오르게 하겠습니다.

AI 전환과 관련해 앞으로 발생할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AI의 도움을 받아 코딩을 하면서 작업 속도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보고 계신 이 페이지도 글은 제가 썼지만 홈페이지는 AI 바이브 코딩으로 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빠른 속도'가 새로운 문제를 예고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아야 합니다.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시간에 같은 인력으로 훨씬 더 많은 결과물을 냅니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이 한 개 만들어지던 것이 두 개, 세 개 나오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유지보수하는 건 별도의 일입니다. 어쩌면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일 수 있습니다.

특히 iMBC나 MBC의 인프라는 멈추거나 오작동해서는 안 되는 것들입니다. 많은 시청자들을 상대로 한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법률과 규정이 현재 AI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과 동일하게, 회사의 조직 구성이나 조직별 임무 부여도 새로운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겁니다.

따라서 AI 전환을 위한 개발과 동시에 유지관리 체계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합니다.

제가 사장이 되면 이 문제와 관련해 시급히 방법을 찾겠습니다. 본사와 자회사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풀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MBC C&I, iMBC 등과 논의를 통해 효과적인 관리체계를 설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