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의제/제언 02

한국 드라마 산업은 고비용·고위험 텐트폴 구조입니다. 12부작 또는 16부작, 회당 10억~30억 원, OTT 판매라는 패턴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유명 작가를 섭외하고, 유명 배우를 캐스팅한 뒤 마지막에 제작비를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이게 통하려면 전제가 필요합니다. 광고 판매를 통해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거나, OTT에 선판매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다릅니다. 제작비는 계속 오릅니다. TV 광고시장은 해마다 축소되고 있습니다. OTT 역시 이전처럼 높은 금액으로 작품을 구매하지 않습니다. 결국 작품 한 편당 수십억 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제작을 하면 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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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할리우드 시스템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손익분기점은 결과가 아니라 설계"라는 원칙입니다. 2억 달러 규모의 블록버스터와 2천만 달러 규모의 장르영화는 애초에 다른 사업으로 봅니다. 작품을 예산 등급(Budget Tier) 별로 관리하는 겁니다. 먼저 손익분기점을 설계하고, 그 안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작품을 기획하는 방식입니다. MBC의 드라마도 제작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예산을 먼저 정하고, 그 예산 안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제작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모든 작품을 텐트폴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텐트폴 드라마를 없애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MBC는 2026년 드라마 순제작비로 천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한정된 재원으로 모든 작품을 대작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텐트폴은 연간 1~2편 정도로 제한하고, MBC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전략 작품에 집중 투자해야 합니다. 특히 텐트폴은 자체 개발한 오리지널 IP를 중심으로 제작해야 합니다. 외부 제작사와 공동개발도 적극 추진하되, 기획과 IP의 주도권은 MBC가 가져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손익분기점을 맞춘 기획작품을 확대하겠습니다.

나머지 금토극은 손익분기점을 계산한 저비용·고효율 드라마로 기획할 것입니다. 예산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가능한 장르, 캐스팅, 제작 방식을 설계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인 중심의 캐스팅, 제한된 로케이션, 세트 재활용, 촬영 일정 효율화 등의 원칙이 적용될 것입니다. 전문성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입니다. 모든 장르를 다 하려 하지 않겠습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에 집중할 것입니다.

경쟁력은 '잘 된 설계'에서 나옵니다. 앞으로 드라마 산업의 경쟁력은 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얼마나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에서 나옵니다. 텐트폴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자체 IP에 집중 투자하고, 손익분기점을 맞춘 작품들은 장르 전문성을 통해 브랜드를 구축하겠습니다. 손익분기점은 결과가 아니라 설계입니다. MBC가 이 원칙을 기준으로 삼을 때, 비로소 흥행과 수익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함께 확보하는 드라마 제작체계가 완성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