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6개 지역사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단 한 곳입니다. 모두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각각 다릅니다. 어떤 곳은 부동산 등 자산 여력이 있고, 어떤 곳은 그마저 없습니다. 어떤 곳은 소수주주가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조직 문화의 차이도 큽니다.
지금 16개 지역사에 필요한 건 '동일 처방'이 아니라 '맞춤 처방'입니다. '맞춤 처방'이 가능하려면, 각 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알고,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준비된 인물이어야 합니다. 취임한 뒤에 상황을 파악할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2025년 경영평가보고서는 포항과 안동, 원주, 제주 MBC 등이 이미 매우 위험한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권역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행정구역이 통합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일입니다. 놓아둘 경우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됩니다. 과거 2005년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역사 사장 임명 방식을 바꾸겠습니다.
제가 사장이 된다면, 최소한 한 곳 이상의 광역권에 가칭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할 것입니다. 지역사 사장 후보들이 팀을 구성해서 사장에 도전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각각 지역사 한 곳을 책임지는 사장인 것은 동일합니다. 그러나 이들을 광역 단위로 묶어, 고민과 과제들을 사전에 협의하고, 공동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도출하는 '원 팀'을 만들어주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사장에 도전하는 사람은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합니다. 광역권의 취재·제작 협력을 어떻게 할 건지 사전에 협의해야 합니다.
사장 선발 과정에서 각 사 운영에 관한 청사진뿐만 아니라 광역권 협력의 모델도 평가의 기준으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광역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물적 통합은 여러 난관이 있습니다. "돌파하겠다."라고 시원하게 얘기하는 게 더 선명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불가능한 걸 하겠다고 하는 건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거나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러닝메이트제'는 그런 고민에서 나왔습니다. 통합이 어렵다고 그냥 방치하는 게 아니라 통합의 흐름으로 방향을 잡고 물길을 돌려보자는 겁니다.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내딛자는 것입니다. 다행히 내년 3월은 지역사 사장들의 교체기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습니다.
경영 목표 부여와 평가 방식을 개선하겠습니다.
지역사는 아니지만 iMBC의 사례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지난해 iMBC는 큰 적자를 냈습니다. 본사의 경영평가 점수가 나빴습니다. 경영을 잘못한 걸까요?
iMBC에 와 보니 인력구조 개선이 시급했습니다. 고 직급자 비중이 너무 높았습니다. 채용이 불가능했습니다.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먼저 전면적 조직개편을 시행해 보직 숫자를 대폭 줄였습니다.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했습니다. 그 과정에 노동조합과 긴밀하게 협의했습니다.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이사로서, 결정을 내리고 이사회를 설득하는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신입들이 대거 채용되면서 조직 활력이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새로운 분야에 투자도 집행했습니다. 올해 iMBC는 두 자릿수의 당기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iMBC 이사로 오면서 제가 부여받은 목표는 없었습니다. 본사가 준 목표가 없으니, 평가도 평면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영자의 인격을 믿는다' 외에는 본사 차원에서 아무 전략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제가 사장이 되면 경영평가의 분명한 기준을 세우겠습니다. 각사 사정에 따른 명확한 목표를 주고, 그 목표에 얼마나 다가가는지 평가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그때그때 상황 대처가 아닌 구조적인 개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산 처분 등으로 유보금이 많아진 회사들이 있습니다. 그 경우에도 본사 차원의 전략적인 목표부여가 없다면, 결코 지속가능한 지역사의 모델이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